사람들은 성경을 기쁜 마음으로 번역하고 반포한다. 그러나 때로는 성경번역이 잘 되었다는 일반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반응이 신통하지 않아 결국에는 반포가 많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연구조사컨설턴트로 일하는 동안에 나는 위와 같은 사례를 점검하여 그 원인을 찾아내라는 과제를 받았다. 민족의 종교적, 문화적인 환경을 모두 연구하고 탐색한 다음, 나는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새 번역을 기존의 번역과 차별화하기 위해 기존의 번역본이 항상 전통적인 검정색 표지로 제작되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새 번역본은 다른 색상의 표지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많은 지역에서 초록색은 매우 길한 색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푸른 대지가 보존된다는 것은 전쟁이나 약탈 등의 혼돈으로부터 그 땅이 무사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초록은 평화를 나타낸다. 사실, 어느 한 아프리카 부족에서는 성찬식 동안 평화를 상징하는 초록색 풀 뭉치나 나뭇잎들을 성도들 한 명 한 명에게 건내주곤 한다. 또 다른 종족들에게 있어 초록색은 축복을 나타낸다. 만약 땅이 푸르르면 비가 내렸다는 것이며 그 종족이 축복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특정 지역의 종족에게 있어서 만큼은 초록색은 ‘기만’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이유로 이 종족들에게 있어서는 비록 그 책이 성경이었지만, 초록색 표지로 된 책은 ‘기만’의 책을 의미하였다. 이 단순한 이유로 그 성경책은 널리 반포되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성경을 보급함에 있어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이 이야기를 서구 기독교인들에게 전하면 일부 유럽사람들은 표지 색깔 때문에 성경책을 사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곧 그들에게 영국, 독일 또는 미국에서 십대 남자아이들을 위한 성경을 출판할 때 분홍색 표지를 쓸 의향이 있냐고 되묻는다. 서구 유럽 문화권에서 분홍색은 여성성을 상징하므로 그들은 당연히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여성을 상징하는 색상의 표지로 성경을 출판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성경이 아프리카에서 ‘기만’을 상징하는 색상의 표지로 제작되어 사람들로부터 이 성경책이 외면 당했다고 해서 업신여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현대어(common language)로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얘기도 있다. 번역자들은 성경 말씀뿐만 아니라 책이름도 그 지역의 부족어로 번역하기로 하고 창세기는 “Genesis(창세기)” 대신에 그 지역 언어로 “태초에”로 번역하였다. 나는 그 종족 사람들과 대화 도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번역자들이 창세기를 빼놓았기 때문에 그 성경 번역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들이 창세기를 빼놓은 적이 없다고 얘기해주면서 단지 책이름을 “태초에”로 바꾸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한 교회의 장로가 나에게 “영어성경에서처럼 왜 우리말로 된 성경에서도 Genesis(창세기)로 부를 수 없나요?” 라고 물었고 나는 Genesis(창세기)는 당신의 언어로부터 유래된 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그는 “Genesis(창세기)는 영어 고유의 단어가 아니지만 모든 영어 성경은 책이름을 Genesis로 부르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의 말은 물론 옳았다. 더군다나 이 지역의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들이 사용하던 언어로 된 성경을 사용하지 않고 국가가 지정한 공용어로 된 성경을 읽고 있었다. 자신들의 국어로 된 성경에서는 창세기를 Genesis로 표기하고 있었다. 교회 예배 시간에, 목사가 사람들로부터 “Genesis(창세기)” 1장 말씀을 펼쳐보라고 했을 때, 성도들 절반은 “Genesis(창세기)가 없다고 당황했으며, 반대로 그가 “태초에”의 1장을 펼쳐보라고 했을 때에는 성도들의 절반은 “태초에”는 성경에 없는 책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또 성경 번역과 관련해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있다. 번역자들은 북쪽지방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었는데 그들은 평상시대로 번역자는 천사를 사자(使者)에 대응하는 그 지역 단어로 번역을 하였다. 문제는 그 단어가 그 나라 북쪽 지역에서는 사자로 쓰였으나 남쪽지역에서는 중매쟁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는 점이었다. 남쪽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자가 마리아에게 말한 것을 하나님이 그녀와 결혼하려고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의 혼란을 한번 상상해보라.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새 번역본을 출판하기 전에 독자들에게 번역본을 점검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