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작업하다가 화면에 자꾸 ‘잘못된 연산을 수행하여 프로그램을 종료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곤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몰라서 시스템도구의 이것저것 움직여보다가 ‘디스크 조각모음’을 실행해 보기로 했다. 처음 한참동안은 삑삑- 소리와 함께 1,2,3…% 진행속도가 표시되더니 갑자기 10%에서 탁 멈추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듯 보였다. 소리는 여전한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괜한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게 아닌가 싶어 중지할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자세히’라고 표시된 곳을 클릭해 보았다. 그랬더니 화면 가득 부서지고 여기저기 흩어진 여러 색깔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정리되고 있었다.
1시간여 동안 컴퓨터는 조각 모음을 하고 있었고 안심이 된 나는 그 곁에 앉아 계속 책을 읽어나갔다. 더 이상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 나는 나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살다보면 상황이 불안하고 의심스러울 때도 있고, 하나님께서 나에 대해 침묵하고 계시는 것이 아니냐고 하나님께 투정부릴 때도 있다.힘들어 포기할까 하다가도 내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하면, 그 곳에서 나의 불완전하고 삐죽삐죽 모난 부분, 아픔과 상처를 싸매시며 나를 더욱 견고하고 아름답게 빚으시는 하나님을 보게된다.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한 걸음 옮기며 믿음의 눈을 들면, 그 곳에는 나의 참 좋은 아버지가 변함없이 서 계신다.
어느 늦은 화요일 저녁,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디스크 조각 모음’이라는 도구를 통해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때로는 어그러지고 조각나 버린 마음으로 인해 삶이 삐그덕 거려 힘겨울 때 내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은 내 삶의 조각을 맞추시고 계시니 나는 성실하고 충성되게 나의 일을 감당하면 되는 것이라고.
하나님의 동일하심을,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관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도 신실하신 하나님,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며 나를 내어드리는 삶이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