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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헬, 레아, 다말 (룻기4:11-12)

11성문에 있는 모든 백성과 장로들이 가로되 우리가 증인이 되노니 여호와께 네 집에 들어가는 여인으로 이스라엘 집을 세운 라헬, 레아 두 사람과 같게 하시고 너로 에브라임에서 유력하고 베들레헴에서 유명케 하시기를 원하며 12여호와께서 이 소년 여자로 네게 후사를 주사 네 집으로 다말이 유다에게 나아 준 베레스의 집과 같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개역』)

11 성문에 있는 모든 백성과 장로들이 이르되 우리가 증인이 되나니 여호와께서 네 집에 들어가는 여인으로 이스라엘의 집을 세운 라헬과 레아 두 사람과 같게 하시고 네가 에브랏에서 유력하고 베들레헴에서 유명하게 하시기를 원하며 12 여호와께서 이 젊은 여자로 말미암아 네게 상속자를 주사 네 집이 다말이 유다에게 낳아준 베레스의 집과 같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하니라 (『개역개정판』)

11 그러자 성문 위 회관에 모인 온 마을 사람들과 원로들이 대답하였다. "우리가 증인입니다. 주께서 그대의 집안으로 들어가는 그 여인을, 이스라엘 집안을 일으킨 두 여인, 곧 라헬과 레아처럼 되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에브랏 가문에서 그대가 번성하고, 또한 베들레헴에서 이름을 떨치기를 빕니다. 12 주께서 그 젊은 부인을 통하여 그대에게 자손을 주셔서, 그대의 집안이 다말과 유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베레스의 집안처럼 되게 하시기를 빕니다." (『표준새번역』)


 레아와 라헬

증인들이 한 결혼 축사의 내용이 아주 흥미 있다. 『개역』 본문의 것을 그대로 인용하고 그 내용을 분석해 본다.

여러 사람들의 이름을 열거할 때는 늘 순서에 마음을 쓰게 되는 것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알파벳 순서라는 것은 좋은 해결책 가운데 하나인 것 같고, 우리 사회 같은 데서는 선임자부터 혹은 연장자부터 앞세워 기록하는 방법도 쓴다. 엘리멜렉 집안의 두 아들만 해도 그렇다. 룻기 1장 2절에서는 “말론과 기룐” 순서로 말하더니, 룻기 4장 9절에서는 “기룐과 말론” 순서로 언급하고 있다. 사실 정확하게 말해서 우리 독자들로서는 이 두 아들 가운데 누가 맏아들이고 누가 둘째 아들인지 모른다고 봐야 한다. “말론과 기룐”(1:2)과 “기룐과 말론”(4:9)에서도, 우리는 룻기 특유의 교차 대구법을 본다. 이러한 식의 교차 대구법은 “장로들과 모든 백성”(4:9)과 “모든 백성과 장로들”(4:11) 에서도 나타난다.

위에 인용한 결혼 축사 본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축사는 룻을 “라헬과 레아”에 견준다. 라헬과 레아는 야곱의 두 아내들이다. 그리고 같은 아버지 라반의 두 딸이기도 하다. 라헬은 아우이고 레아는 언니이다. 결혼도 언니가 먼저 하였다. 그러니까 레아는 야곱의 첫 아내이고 라헬의 언니이다. 라헬은 야곱의 둘째 아내이고 레아의 아우이다(창 29장). 그런데 여기 결혼 축사 안에서는 두 아내를 언급할 때 아우(둘째 아내)와 언니(첫째 아내) 순서로 언그하고 있다. 상상해 볼 수밖에 없다. 왜 라헬을 먼저 말했을까? (1)  이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라헬의 무덤이 있는 베들레헴 마을이기 때문에, 베들레헴 사람들이 레아보다는 자기들에게 친숙한 라헬을 먼저 더 언급한 것일까? (2) 혹은 레아와 라헬 두 아내 가운데서 야곱이 라헬을 더 사랑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일까? (3) 또 어떤 주석가들은 레아보다는 라헬이 룻과 닮은 데가 더 많아서, 특히 두 여인이 다같이 오랜 기간 동안 임신하지 못해서 애태우던 경험이 같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기도 한다.

 룻과 다말

룻을 다말에 비교한 것도 흥미 있다. 다말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창세기 38장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다말은 야곱의 열 두 아들 중에 하나인 유다의 며느리였다. 다말이라고 하는 가나안 여인이 유다의 맏아들 엘과 결혼을 했는데, 엘이 자식도 못 낳고 죽는다. 그래서, 시형제(媤兄第) 결혼법에 따라서, 과부 다말은 시동생인 오난의 아내가 된다. 그러나, 오난이 다말에게 형의 이름을 이을 아들을 낳아 주기를 싫어하여 피임을 하게 되는 데, 그것이 죄가 되어, 벌을 받아 죽는다. 오난의 피임법은 바닥에다가 설정(設精)하는 것이었다. 오우너니즘(onanism)이라는 피임법이 바로 이런 방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둘째 아들마저 죽고 말았으니, 유다는 며느리 다말에게 자기의 막내아들 셀라를 남편으로 주어야 했다. 그러나 막내아들마저 두 아들처럼 횡사(橫死)할까 염려가 되어서, 유다는 막내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결혼을 지연시키고, 며느리 다말더러는 친정에 가 있으라고 한다. 친정에 가서 수절하고 있던 다말은 막내 시동생 셀라가 다 컸는데도 자기와 결혼시켜 주지 않는 시아버지 유다를 원망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 유다가 자기 마을 부근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상복을 벗고, 창녀처럼 옷치장을 하고, 유다가 지나가는 길목에 서 있다가, 그를 붙잡고 방으로 들어가 한 자리에 눕는다. 유다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얼마 후 친정에 가 있던 며느리 다말이 임신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래서, 수절하지 못하고  간통을 한 며느리를 불살라 죽이려고 하는데, 다말이 그를 임신시킨 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증거물로서, 유다에게 화대 대신 받아 두었던 도장과 허리띠와 지팡이를  내보인다. 유다는 그 여자에게 임신을 시킨 이가 다름 아닌 유다 자신임을 알게 된다. 더욱이, 자기 며느리 다말이 시형제 결혼의 정당한 요구를 한 것임을 깨닫고 며느리를 살릴 뿐 아니라, 며느리가 옳았다고, 칭찬까지 하게 된다. 며느리 다말이 창녀로 분장하고 시아버지 유다를 유인하였을 때 임신하여 낳은 아들들이 바로 쌍둥이인 베레스와 세라이다.

다말과 룻은 몇 가지 점에서 서로 닮았다. 둘 다 이방 여인이라는 점이다. 다말은 가나안 여인이고 룻은 모압 여인이다. 둘 다 일찍 자식 없이 과부가 된다. 따라서 그들은 고인이 된 남편의 형제들 가운데서 새 남편을 찾는 시형제 결혼제도에 따라 재혼을 했어야만 했는데 그렇게 할 형제가 없어서 가까운 친족과 결혼을 한다. 다말의 경우는 시아버지와 관계하여 쌍둥이 아들을 낳고, 룻의 경우는 보아스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는다. 두 여인이 다 자기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들과 관계하여 아이들을 낳는다. 다말이 창녀로 분장하고 시아버지를 유혹하여 자식을 갖는 것이나, 룻이 밤중에 몰래 타작마당으로 들어가 보아스 곁에 누워 결혼에까지 이르는 것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