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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서운동 100년의 회고와 전망
이만열
(<남북나눔>운동 협동사무총장 겸 연구위원장)
  3. 성서공회의 전망과 과제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밝히거나 인식하는 것만으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역사가 현재와 접목되어 전통의 기나긴 잠을 깨우고 생명감을 불어넣을 때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지 않을 때는 과거의 존재만 알리는 골동품이 되어버리거나 생명력이 없는 화석이 될 뿐이다. 성서공회의 역사를 뒤돌아보는 것도 그렇다. 지나간 역사가 오늘의 삶에 새로운 도전을 주고 미래를 격려할 수 있을 때 역사를 돌아보는 참 뜻이 있다.

100년이라는 시간은 과거 오랜 역사에서 새로운 세기에 도전할 수 있는 온축된 역량을 제공
하는 발판이 될 수 있었는가 하면, 자칫하면 지치고 타성에 빠져 의욕과 성장이 둔화되는
고비가 되기도 하였다. 그 선택은,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 불가피하게 주어질 수도 있지만,
하나님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일을 맡긴 인간들의 의지와 땀에 크게 좌우된다. 과거 우리에
게 성경을 전해주었던 많은 성서공회들의 오늘의 모습은 우리에게 오늘과 미래를 어떻게 관
리하고 설계해야 할 것인가를 산 교훈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10여 년전, 그 지부가 대한성
서공회의 전신으로 기능했던 영국성서공회의 오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한창
번창할 때에는 런던 중심가에서 활동했던 그 공회가 오늘날에는 런던을 떠나 사무실은 스윈
던으로, 도서실과 고문서실은 캠브리지 대학교의 중앙도서관으로 옮겨 곁방살이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성서공회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공헌과 함께 아쉬었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
은 곧 성서공회의 앞으로의 과제와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성서공회가, 한글을 우리말
정착의 도구로 사용하는데에 성공하였고 민중이 사용할 수 있는 쉬운 문자로 만들었으며,
한글의 어법을 정리하는 데에 크게 공헌하였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공헌이 성서공
회가 한글의 체계적인 연구를 지속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글을 가장 효율적으
로 이용하였고 앞으로도 이용하려고 하였으면 한국어와 한글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책임도
가졌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갖는다. 굳이 한글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책임을 기독교기관이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 점에 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없진 않겠지만, 한말·일제하에 기독교가 가졌던 민족문제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고려한다
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점이라고 본다. 다만 일제하에서 성경사업과 한글사용을 확산, 심
화시켜 온 성서공회라 할지라도 외국인이 관리하는 상황(BFBS의 지부)에서 한글을 연구하
는 기관을 그 산하에 둔다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최소한 인쇄의 필요상
한글의 글꼴에 대한 연구 같은 것은 기독교의 이름으로도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하고 생각한
다. 그리고 한글의 과학적인 연구도 기독교의 여러 교단과 제휴하였으면 충분히 가능하였을
것으로 본다. 성서공회가 기독교단과 협력하여 한글에 관한 지속적으로 연구하였더라면 민
족문화 발전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을 것이다. 이 점은 지금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성서공회가 사역(私譯)성경 출판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이것은 물론 최근
《표준새번역》 문제가 제기된 후에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1923년 기독교창문사
에서 간행한 게일·이원모 번역의 '조선어풍 성경'인 《新譯 新舊約全書》를 포함하여 그동
안 사역성경이 많이 간행되었다. 이것은 성경의 연구와 공부, 말씀의 풍요한 이해를 위해서
도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성서공회가 사역성경 간행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
은 점에 대해서는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성서공회가 이 점도 충분히 고
려해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표준새번역》 문제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것은 성서공회 내에 상설기구로서의 가칭 '성경
연구원' 혹은 '성경번역연구원'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성경 번역은 새 번역본을 내려
고 할 때에만 제기될 문제가 아니라 항상 연구하면서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고 또 새로운 세
대를 위한 번역본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한성서공회가 창립 100주
년을 맞아 성서공회 내에 이같은 상설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한국을 성경 위에> 두려고 하
는 한국 기독교의 비전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 밖에도 100주년을 맞는 성서공회의 과제에 대해서 이미 <성서한국>(1994년 12월호)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가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21세기를 창조적으로 맞기 위해 성서공회는
첫째, 성경을 정확하고 쉽게, 중후하면서도 현대성을 살려 번역하고, 둘째, 성경학 연구를 지
원하기 위해 전문적인 성경도서관을 설립, 운영하는 한편 성경학자의 양성을 구체화하여야
한다는 것, 셋째, 세계선교를 위한 성서공회 나름의 역할이 필요한데, 그것은 제3세계 성경
출판 지원과 세계의 소수 민(부)족들을 위한 성경번역 지원이라는 것이다. 성서공회 나름대
로 세계선교의 책임을 수행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언급한 "대한성서공회가 소수민족을 위한
성경번역에 헌신하는 많은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다면, 과거에 수많은 성서공회들이 뜻했다
가 완성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우리 주님의 최후의 명령을 마지막으로 수행하는 기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는 주장은 지금도 거듭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다.

 

 
   1. 대한성서공회의 창립과 성장

   2. 성서공회 활동과 그 영향

   3. 성서공회의 전망과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