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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야기
제1부 그 땅의 사람들
성지의 식물(植物)

 성지의 식물

팔레스틴 땅에 관하여 신명기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밀과 보리가 자라고,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가 나는 땅이며, 올리브 기름과 꿀이 생

          산되는 땅이며, (신 8:8)

해안과 평지와 계곡에서는 주로 밀과 보리가 자라며, 산간 지방이나 야산은 포도원으로 덮여 있다. 갈릴리 호수와 사해 사이에 위치한 요단 계곡과 아라바 광야에는 종려나무들이 그 지역의 특색을 이루고 있다. 여리고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종려 나무의 성읍’(이르 핫트마림)이라고 불릴 만한 도시이다 (신 34:3; 삿 1:16; 3:13; 대하 28:15).

팔레스틴의 산간 지방에는 올리브 나무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모세가 팔레스틴을 가리켜 ‘올리브 기름 땅’(신8:8)이라고 한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지금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오늘날 이스라엘은 바나나 산지로도 유명하다. 이스라엘의 바나나 재배는 중세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좋은 바나나는 역시 요단 계곡에서 나오고 있다. 중세 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오렌지는 오늘날에는 특히 욥바 지역에 그 산지가 집중되어 있다. 오렌지는 이스라엘 농업에서 제 일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 오렌지의 수출에서 얻어지는 수입이 이스라엘의 외화 획득에 제 3 위를 차지한다. 그래서 관광버스를 타 보면 안내원들은 외화 획득 제 일위를 차지하는 다이야먼드 가공과 제 이위를 차지하는 관광 수입과 함께, 오렌지 수출로 인한 외화 획득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욥바 오렌지가 유럽 과일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은 팔레스틴 게릴라들이 유럽 시장에 나온 이스라엘산 오렌지에 독극물을 주입해서 이스라엘의 경제를 혼란시키려 했던 것이다. 야채 시장에 가보면 계절의 구별 없이, 토마토, 오이, 고추, 당근, 완두류, 꽃양배추(cauliflower), 호배추, 가지, 감자, 마늘, 양파 등이 풍성하다.

첫 사람의 범죄는 ‘나무의 실과’(창3:2)와 관련되어 있다. 사람이 죄를 범한 후에 눈이 밝아져서 자기들의 알몸이 드러난 것을 알았을 때 ‘무화과 나무 잎’(창3:7)을 엮어 아랫도리를 가린다. 그리고 무서워진 그들은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창3:8) 숨는다. 사사 시대에 사사들이 앉아서 재판을 하던 곳도 ‘나무 밑’이다 (삿4:5). 길르앗 야베스의 거민이 사울과 그의 아들들의 시체를 블레셋 사람들에게서 찾아다가 장사한 곳도 에셀나무 아래이다 (삼31:13). 이처럼 식물(植物)은 인류 역사의 처음부터 인간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었다. 사람은 거기에서 먹거리를 얻고, 옷을 해 입고, 거기에서 피난처를 찾고, 그 밑에 앉아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다스리고, 때로는 사랑하는 이들의 시체를 그 아래 묻기도 한다.


 잘못 알려진 식물 이름들

성지의 식물군(植物群)은 2,300여 종에 달하지만, 성서에 언급된 식물 이름들은 백여 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백여 종의 고대 식물의 이름들을 낱낱이 확인하여 오늘날의 식물과 짝 맞추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들 식물군들은, ⑴ 이미 분명히 확인된 것, ⑵ 앞으로 연구 결과에 따라 확인될 가능성이 있는 것, ⑶ 확인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것 등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세 번째 분류에 속하는 것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개역』 성서의 ‘가시, 찔레’(창 3:18; 호10:8의 drdr을 번역한 것, 또는 욥 31:40; 사34:13의 w를 번역한 것), ‘갈대’(왕하18:21; 욥40:21; 사19:6의 qnh, 출2:3,5; 사19:6; 욘2:5의 swf, 렘 51:32의 gm 등을 그대로 번역한 것), ‘잡풀’(욥31:40의 b’????h를 번역한 것) 등은 어떤 구체적인 식물 이름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집합적인 의미를 가진 통칭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식물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아 내기가 어렵다.

성지 식물군에 대하여 지질학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은 『개역』 성서에 나오는 ‘다맥’, ‘귀리’, ‘떨기나무’ 등을 성지 식물군에서 제외시킨다. 다맥이나 귀리는 히브리어 쿳세메트(kusemet,출9:32; 사28:25)나 쿳스밈(kusmim, 겔4:9)을 번역한 것이고, 떨기나무는 히브리어 아로에르(aroer, 렘17:6; 48:6)를 번역한 것인데, 사실 다맥, 귀리, 떨기나무 등은 성지에서는 재배되거나 자라 본 적이 없는 식물이다. 1964년에 성지를 방문하고 돌아 본 민영규(閔泳珪) 교수는 1965년 9월부터 두 해에 걸쳐 연세대학교 주간신문 『연세춘추』에 성지 여행기를 연재하였다. 당시 그는 이미 우리 나라 불교학의 태두로, 동양사학의 대가로, 그리고 한국 서지학(書誌學)의 일인자로 알려져 있던 분이었다. 그가 일반 성지 순례자들과는 다른 안목으로 성지의 사정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주었기 때문에, 연재 도중 당시 연세대학교 구약학 교수였던 김찬국 교수가 3회에 걸쳐서, 그리고 조직신학의 고(故) 지동식 교수가 7회에 걸쳐서 피차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그 후 그 연재물이 단행본으로 나왔다.1)


민영규 교수는 그 여행기에서 우리말 『개역』 구약 성서에 나오는 ‘살구나무’는 사실 살구나무가 아니고, 또한 ‘감람나무’도 잘못된 번역임을 지적하였다.2) 살구나무에 관하여 그는 이렇게 지적한다.

 

“구약의 살구나무는 살구나무 아닌 다른 어떤 나무가 그렇게 잘못 번역된 것임에 틀림없다. 구약의 옛날 서방 세계에 살구나무란 아예 있어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3)

 

또 감람나무에 관해서도 그는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말 성서의 감람나무도 옳은 번역은 아니다. 노아의 방주에 비둘기가 처음으로 물고 돌아 왔다는 새 잎사귀를 우리말 창세기에서 감람의 잎사귀로 번역했지만, 올리브와 감람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올리브는 목서과(木犀科)에 속하고 감람은 감람과(橄欖科)에 속해서 식물학상으로 엄연히 구별지어 있는 나무들이다. 사돈의 팔촌도 이만저만이 아닌, 남남끼리의 이 두 나무들이 같은 식물의 이름인 양 사용되어 온 데는 우리말이나 중국말에서 아예 잘못 소개된 성서의 죄가 많다”4)

 

그 후 『공동번역』이 감람나무를 ‘올리브 나무’로, 살구나무를 ‘감복숭아’로 고쳤다.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들만이 아니다. ‘뽕나무’ 역시 틀린 번역이다.히브리어 성서에 나오는 바카(baka, 삼하5:23,24; 대상14:14,15; 시84:6)와 쉬크마(shiqmah, 왕상10:27; 대상27:28; 대하1:15; 9:27; 시78:47; 암7:14; 사9:10)를 『개역』 성서에서는 둘 다 ‘뽕나무’라고 번역하였다. 그러나 히브리어 ‘바카’가 어떤 나무였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영어표준개역』(RSV)은 ‘발삼나무’(balsam)로 번역했지만 역시 명확한 이름은 아니다. 현재 팔레스틴에 뽕나무가 있다.

그 나무 열매인 오디는 비싼 값으로 팔린다. 그러나 성지 식물 연구가들은 구약 시대에는 아직 뽕나무가 팔레스틴에서 재배되지 않았다고 본다. 따라서 히브리어 ‘바카’를 뽕나무로 보기는 어렵다고들 말한다. 아모스는 예언자로 부름 받기 이전에 자기 직업이 “목자요 뽕나무를 재배하는 자”(『개역』, 암7:14)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가 재배한 나무 ‘쉬크마’는 우리의 뽕나무(mulberry tree)와는 다른 일종의 돌무화과 나무(sycomore figs)이다. 신약 성서의 그리스어 수카미노스(sukaminos, 눅17:6)나 수코모레아(sukomorea, 눅19:4) 역시 『개역』 성서에는 ‘뽕나무’로 되어 있으나, 『히브리어 신약성서』(1976년, UBS)에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그리스어를 히브리어 ‘쉬크마’로 옮겨 ‘돌무화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역』 성서 구약의 ‘박넝쿨’ 역시 문제를 지니고 있는 식물 이름이다. 히브리어 성서에 나오는 키카이온(qiqayon, 욘4:6,7,9,10)이 『개역』 성서에는 박넝쿨(bottle gourd)로 번역되어 있으나 팔레스틴에서 키카이온이라 하면 ‘아주까리기름 나무’(castor-oil tree)로 알려져 있다. 이집트에서는 아주까리기름 나무를 키키(kiki)라고 부른다. 키카이온과 키키 사이에는 어원학 상의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개역』 성서의 ‘박넝쿨’은 그리스어 칠십인역의 ‘콜로쿤태’(kolokunte: gourd)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밖에도 『개역』 성서의 ‘소나무’(사41:19의 tidhar; 사60:13의 teashur), ‘신풍나무’(창30:37의 armon), ‘단풍나무’(겔31:8의 armon) 등도 재고되어야 할 이름들이다.

 


1) 민영규, 『예루살렘 입성기』,대학문고9, 연세대학교 출판부, 1974.
2) 위의 책, 54, 59 쪽.
3) 위의 책, 55 쪽.
4) 위의 책, 59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