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시대의 특징이라면 정보의 다량화와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 넘쳐나는 다양한 정보를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인간의 삶의 스타일이 그리고 그 질이 많이 달라지게 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시대의 변화는 통신기술과 컴퓨터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의하여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는 이것을 재빨리 수용하여 이용하는 집단이나 개인과 그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지게 된다.

그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교회일 것이다. 기업은 그 변화를 따르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지만, 교회는 그 변화를 당장 수용하지 않더라도 문을 닫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교회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사회와 교회 간의 괴리가 더욱 넓어질 것이 분명하다. 과거의 시대적 변화는 오늘날과 같이 급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는 그 시대의 변화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대처할 수 있었지만, 멀티미디어 시대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이 변화를 파악하지 못할 때 교회는 텅비어가게 될 것이다. 오늘의 멀티미디어 시대로의 전환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교회는 여전히 중세교회의 수구적 자세를 보이거나 아니면 그 전환에 대하여 무감각할 때, 또 다른 하나의 종교개혁을 통하여 거듭나지 않으면 안되는 아픔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교회는 좋든 싫든 이런 시대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변화가 주는 충격이 무엇이며, 그것의 효용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변화가 지닌 마성(魔性)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한편으로는 그 기술을 목회의 도구로 적극 수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지닌 마성을 예언자적 통찰로 분석 비판하며 경고를 발하고, 동시에 그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들을 돌보는 새로운 목회의 장을 확대해 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