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모국어로 쓰는 우리 나라 성서학자들이 성서원어를 배워서, 원전에서 직접 우리말로 성서를 번역하기 시작함으로써 우리 나라 성서번역에 새 기원이 이루어진다. 천주교 쪽에는 선종완 신부의 구약 사역이 1959년부터 낱권으로 나오기 시작하고, 개신교 쪽에서는 복음동지회 성서번역 위원회가 「새로 옮긴 신약성서 1. 마태의 복음서」(1961)를 내놓기 시작하였다.

  대한성서공회에서는 1967년에 우리 나라 학자들만으로 구성된 성서번역 위원들이 원문에서 직접 번역한 새 번역을 출판하였다. 그것이 바로 「신약전서 새번역」(1967)이다. 새 번역 시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원천언어(히브리어나 그리스어) 전문가와 수용언어(우리말) 전문가가 따로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새번역 신약전서」는 외국 선교사들이 여러 번역판에서 간접적으로 번역했거나 고친 「개역」 성서와는 다르다. 이 「새번역」은 「개역」이나 「구역」에 익숙한 기독교인들보다는, 성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특히 당시 우리 나라 인구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던 30세 이하의 청년들을 위한 전도용으로 번역한 것이다. 번역 원칙은 "풀어쓰기나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의미에서 번역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요 의무였으나, 누구나 읽어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초판 머리말의 진술이 보여주듯이 기계적인 축자역과 자유스러운 풀이역 둘 다를 삼가는 태도를 취하였다.

  새로운 번역의 시대에 특기할 만한 또 다른 하나는 우리 나라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가 공동으로 성서를 번역해낸 것이다. 대한성서공회가 「공동번역 신약」을 내놓은 것은 1971년 부활절이었고, 구약 및 외경을 완역해 내놓은 것은 1977년 부활절이었다. 이 큰 계획 때문에 한국 천주교 중앙 협의회 쪽에서는 선종완 신부의 구약번역을 도중에서 중단하였고, 개신교 쪽에서는 「신약전서 새번역」만 출판하고 「구약전서 새번역」은 중단했다. 특히 영·미 계통의 기독교 세계가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종래 사용해오던 1611년의 「제임스왕역」 (KJV), 혹은 1901년의 「미국표준역」(ASV), 1946년의 「영어표준개역」(RSV) 등에 대한 개역이나 수정을 보류하고,「새영어성서」(NEB), 「영어복음성서」(GNB), 「새국제역」(NIV) 등과 같은 새로운 번역을 시도하였듯이, 우리 나라 성서공회 역시 이들과 때를 같이하여 그 동안 필요성을 절감해온 새로운 번역에 착수하였다. 그것을 개신교만의 단독 사업으로서가 아닌 신·구교 공동 사업으로 추진하여 결실을 맺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공동번역 성서」(1977)이다.1999년에「공동번역 성서 개정판」이 나왔다.

  이 기간에 괄목할 만한 새로운 번역은 「성경전서 표준 새번역」이다. 1993년 1월에 대한성서공회는 10여 년 동안 각 교단의 신학자 16명으로 구성된 번역진이 새롭게 번역한 「성경전서 표준 새번역」의 첫 판을 발행하였다. 겉으로 볼 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개역」과는 달리 현대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는 점이다. 쉬운 말로 번역되었다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표준 새번역」에서는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원문의 뜻을 잘 전달해 보려고한 노력도 돋보인다. 번역된 본문이지만 번역 어투를 없애고 아주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원문의 뜻을 올바로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표준 새번역」의 또 다른 특징은 「개역」이 ‘여호와’라고 하고, 「공동번역」이 ‘야훼’라고 한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 네 글자(YHWH)를 ‘주’(主)로 번역하였다고 하는 점이다. 구약의 마소라 본문 자체가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 네 글자를 ‘주’(아도나이)라고 읽어 왔고, 기원전 3세기부터 번역되기 시작한 그리스어 칠십인역이 이 이름을 ‘주’(퀴리오스)라고 번역한 이래, 신약의 사도들이 신약을 기록할 때도 그 이름을 ‘주’(퀴리오스)라고 적었고, 제롬의 라틴어역 「불가타」가 이 이름을 ‘주’(도미누스)라고 하였다. 또한 루터의 독일어역도 이 이름을 ‘주’(헤르)라고 하였고, 대다수의 영어 성서가 이 이름을 ‘주’(로드)라고 해왔으므로, 우리말 「개역」의 신약성서도 ‘주’라고 번역했다. 따라서 히브리어 본문의 전통과 세계 교회의 오랜 전통과 우리말 「개역」 신약성서의 전통을 따라서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 네 글자(YHWH)를 ‘주’라고 번역하였다. 2001년에 「성경전서 표준새번역 개정판」이 발행되었으며 2004년에 번역본 명칭이 「표준새번역 개정판」에서 「새번역」으로 바뀌었다.

  이 밖에도 새로운 번역으로서 서강대학교 신학 연구소의 「200주년 성서」는 우리 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온 지 200년(1784-1984)을 기념하기 위한 번역이다. 번역이 끝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리겠지만, 1977년부터 1992년까지 구약 소예언서 대부분과 시편, 그리고 신약이 모두 완역되었다. 현재까지 낱권으로 나온 200주년 성서 「호세아 미카」(1977), 「스파니아 나훔 하바꾹 오바디아 요나」(1977), 「요엘 아모스 하깨 말라기」(1979) 등은 단순히 새로운 번역일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성서 번역 역사에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는 ‘주해 성서’이기도 하다. 성서 각 권의 번역문 제시에 앞서 각 권의 역사적 배경, 문화적 구조 및 신학적 주제 등을 고찰하는 입문이 나오고, 번역된 본문 좌우 여백에는 전후 참조 표시가 나와 있고, 본문 하단에는 독자들의 본문 이해를 돕는 여러 가지 배경 설명이 있다. 신약 번역은 더 늦게 시작되어, 「마르코복음서」(1981), 「루가복음서」(1983), 「데살로니카전후서」(1981), 「디모테오전후서 디도서」(1981), 「야고보서 베드로전후서 유다서」(1984) 등이 낱권으로 나오다가, 1991년에 「신약성서」로 먼저 완역되어 나왔다.

  한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주교회의 성서위원회는 「시편」(1992), 「잠언」(1992), 「욥기」(1992) 등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18권의 구약성서 새 번역과 10권의 신약성서 새 번역을 모두 출간하였다.